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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의 중요성

     

     

    대화는 우선 나 자신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과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내면서 자신을 우울하게도 만들고, 화도 부추기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게도 한다. 그 다음에는 내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 배우자, 부모, 자식, 친척, 친구, 직장 동료, 이웃, 개, 고양이, 나무 등 삼라만상과 대화를 하며 관계 맺고 산다. 말로 하든, 침묵으로 하든 그 대화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우선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의 진실을 표현하여 이해를 받는 ‘말하기’가 있다. 다른 한 면은 상대를 ‘들어주는 것’이다. 비폭력대화에서 듣는다는 것은 장자가 말하듯이 자기의 생각, 선입관, 또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나 충고하고 싶은 충동을 다 내려놓고 공감으로 상대의 말을 듣는 마음 자세를 말한다.

     

     

    비폭력대화에서는 나를 표현할 때나 상대를 공감으로 들어줄 때나 ‘관찰’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관찰이란 우리 주위의 사물이나 일어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는 것이다. 그 상대가 사람일 경우 특히 우리가 보거나 들은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은 무례하다’는 나의 의견이고, 이때 관찰은 ‘그 사람은 처음 만난 나에게 반말을 했다’가 될 것이다. 관찰은 상대도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행동의 묘사이기 때문에 대화가 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관찰 대신, ‘너는 게을러,’ ‘너는 무책임해,’ ‘너는 무언가 잘못 됐어’ 등의 평가를 하면 그런 말을 들은 상대는 비판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난다. 그래서 나의 말을 계속 듣기보다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변명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그런 말을 한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느라고 더 이상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된다. 상대를 평가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면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의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초반에 벌써 말에 걸려 말싸움이 돼버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 버릴 수가 있다.

     

     

    이렇듯 내 주위의 사물이나 인간관계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지 않고 평가하면, 듣는 사람에게 괴로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정작 더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만일 내가 강의를 하는데 도중에 어떤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나갔다고 하자, 그 경우에 나는 있는 그대로 보는 대신 머리로 올라가서 ‘내가 강의를 잘못해서 재미가 없나보다’라고 내 자신을 평가하면서 내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 아니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예의가 없어’ 등의 생각을 하면서 내 자신을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그 사람의 진정한 의도나 동기를 알지도 못하면서 내 자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면서 살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실제, 현재, 지금, 있는 그대로를 떠나서 내 생각에 잡혀 살 때는 내가 내 자신을 괴롭히는 것만이 아니라 남까지도 힘들게 한다.

     

     

    우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며 관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밖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그 상황 자체와 그것에 관해 만들어낸 나의 생각을 의식하고 그것을 분리하여 볼 수 있는 것이다. 관찰로 본다는 것은 이것은 좋으니 잡아놓고 저것은 나쁘니 적으로 보고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그대로 있는 그대로 놔 둘 수 있는 것이다. 평가는 부정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평가도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어 진정한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긍정적인 평가는 상대를 조종하는데 많이 쓰여서 듣는 사람이 그 저의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찰은 비폭력대화 모델의 첫 부분이고, 그 다음에는 그 상황에서 우리의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고, 그 다음에는 그 느낌을 자아내는 우리의 진정한 바람, 우리가 동경하는 것, 우리의 삶에 생동감을 넣어 주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의 에너지와 연결한 후 그것을 얻기 위한 부탁을 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얼마간 연습을 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자기 말로 할 수 있게 된다. 서로 가슴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것이 가능한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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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폭력대화 (NVC)를 나누면서

     

     

    캐서린 한

     

     

    2003년 처음으로 한국에서 비폭력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은 그때 평생교육원 원장이셨던 이배용 총장님과 김애실 실장님의 이해와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뭔지도 모르면서도 선뜻 듣겠다고 첫 강의에 등록해 주셨던 학생분들 덕분에 가능했다. 

     

     

    그 후로는 친구한테서 듣고, 딸이 들어보라고 해서, 책을 읽고, 어떤 때는 아내의 권유 등 여러 동기로 오신 많은 분들과 같이 비폭력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같이 공부하신 분들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사랑이나 행복에 대해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더 분명히 의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나의 사랑이나 행복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때, 그 상대가 배우자거나, 우리 아이거나 누구라도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자유, 즐거움, 행복을 빼앗게 된다.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깊이 들어주고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폭력대화에서는 사랑의 첫 단계로 자신과 상대의 마음 속 깊이 어떤 느낌과 바람, 동경하는 것이 있는지 그것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으로 시작하도록 한다. 그 중에서도 우선 자기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여 습관적으로가 아니라, 순간순간 좀 더 의식하고 선택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각자가 다 다르다. 부드럽고 따뜻한 것에서 사랑은 괴로운 것이라느니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느니 같은 말들이 나온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하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이렇게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개념이나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런 것들이 항상 우리 생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런 개념들은 대개 우리가 어렸을 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기 원하면서 우리 부모에게 다가갔을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때 따뜻하게 받아들여졌는지, 거부를 당했는지, 아니면 수모를 당했는지. 부모는 그런 뜻이 아니었더라도 아이는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여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우리 부모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사는가를 관찰하면서 우리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아주 어린 나이에 내린다. 

     

     

    그 후 어른이 돼서도 그 개념으로 그것을 재현하며 사랑하는 관계를 경험하려한다. 그리고 우리가 재미있게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어떤 부정적인 패턴에 따르기 시작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때그때 일어나는 문제에도 항상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런 패턴을 의식하고 깊이 이해함으로써 거기서 해방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건강하고 보람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사랑의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고, 갈등이 생겨도 패턴에 따라서가 아니라 삶에 더 도움이 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어떤 때 우리는 순간적으로 아니면 어슴푸레 자신의 이런 패턴을 의식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 그것을 직시하기보다는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생각하지 않고 안 보면 없어질까 하고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하면서 우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TV를 켜든가, 잡지를 펼쳐들든가, 핸드폰을 켜보든가, 누구엔가 전화를 하고, 쇼핑을 가거나, 술을 마시면서 대개 다른 사람에게 그 책임을 지운다. “나는 왜 만날 그런 사람만 만나는지 몰라.”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이것들을 어떤 나쁜 것, 피해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보고 이해해서 이것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때까지는 그것들이 없어지지 않고 어떤 때는 더 강하게 다시 우리 삶에 나타날 것임을 안다. 

     

     

    내가 우선 자신의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패턴을 의식하고 변화시켜서 현재의 삶에 도움이 되게 만드는 데는 깊은 자기공감이 필요하다. 지난날의 사랑에 대한 상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를 애도하고 충분히 공감을 하여 치유된 후에는 그 고통 뒤에 숨어 있는 사랑에 대한 나의 진정한 바람, 동경, 열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개인에 따라 그 사랑의 조건은 다 달라서 그것은 신뢰일 수도 있고, 따뜻하고 폭넓은 수용일 수도 있다. 그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것을 찾은 후에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밖에서 찾거나 받으려고 하면서 나의 행복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거는 것이 아니라, 우선 내가 나 자신을 충분히 신뢰하는 사람이 되고, 나 자신을 무조건 수용하여 내 자신 안에 있는 그 사랑의 힘과 연결을 하여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 우리는 다른 사람과도 신뢰와 수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를 이루어 나갈 수 있어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의 관계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가 원하고,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우리의 열망에서 나오는 그 순수한 에너지는 항상 아주 편하고, 깊은 위안이 되는,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랑 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상담하시는 분들께서도 비폭력대화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있다. 기존의 상담과 다르게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전문적인 거리감을 두는 대신, 두 사람이 가슴으로 만나는 상담 방법에 신선한 감동과 동시에 현저히 더 효과적인 것을 느낀다고 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비폭력대화에서는 공감을 하며 상담을 할 때 분석, 진단, 조언 등을 하는 대신 지금 그 사람 안에서 생동하고 있는 느낌과 그 느낌을 자아내는 욕구(need)와 연결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제안한다. 그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어떤 에너지가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비폭력대화는 또한 우리 각자가 자신만이 궁극적으로 대답을 해야 하는 질문을 던지고 각자가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 질문은 “나에게 Good Life란 무엇인가?” 그 답으로 어떤 때는 우리가 원하는 Good Life는 물질적, 사회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그 물질이나 사회적인 것이 상징하는 정신적인 것들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자기만의 주관을 가지고 존재감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기만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구현하는 것, 가까운 사람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면서 깊은 유대감과 사랑을 느끼며 사는 것,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데 기여하는 것, 아니면 충분히 여유를 갖고 자신의 정신적인 성장을 돌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누고 다른 사람에게도 기여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따뜻한 사랑과 성원으로 저에게 용기를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이번 학기에도 많은 보람을 느끼며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한다.

     

     

    캐서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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