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식

치유회복사업 2025년 하반기 소망교도소 교육 회고 3

  • 2026-04-20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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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주지 않아도 되요”

 

9월 둘째 주에 교육을 시작했다. 첫날은 더운 여름 날씨였고 두 번째, 세 번째 날은 비가 내렸다. 네 번째 날부터 10월 말 종강까지는 청명한 가을 날씨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공기가 맑아 숨 쉴 때마다 공기를 실컷 먹고 싶을 정도다. 하늘은 점점 푸르고 높아져 가을을 만끽한다. 교도소 올라가는 길에는 밤나무가 많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밤이 우수수 떨어진 채 나뒹굴고 차바퀴에 뭉개진 밤송이들이 도로 위에 굴러다닌다. 마지막 날엔 교도소 앞의 모과나무 열매가 맑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노랗고 탐스럽게 익어 있다.

 

 

교육 마지막 날, 교도소 앞 모과나무

 

 

 

#문

교도소에 들어가려면 6개의 문을 거친다. 첫 번째 문은 출입사무소 입구. 탐지기를 통과한 후 개인별로 다른 번호의 방문증을 받는다. 허가받은 강의용 교구 외에 모든 개인 소지품과 USB 반입도 금지된다. 두 번째 문은 출입사무소 출구로, 관계자가 열어줘야 한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작은(아담한 연못과 분재를 한듯한 키작은 소나무, 인형들로 꾸며진) 정원을 지나 교도소 건물로 들어간다. 세 번째 문인 유리문을 밀고 들어간다. 2~3미터 폭의 복도 앞에서 교도관님이 지문과 카드를 인식하면 네 번째 문이 열린다. 환한 형광등 조명의 복도 좌우에는 수용자들이 만든 금속공예품과 작가들이 기부한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복도에서 두 번 우회전 하면 강의실이 모여있는 복도가 나온다. 다섯 번째 문 앞에서 교도관님이 지문과 카드를 인식하면 철문이 열린다. 강의실이 있는 복도에서 여섯 번째 문인 철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간다.

 

#간식

6회의 교육 동안 매회 마다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가장 빈번하게 나왔던 내용은 ‘간식’이다(“간식 많이 주세요.” “간식 먹고 싶습니다.” “좀더 풍부한 간식을.” “커피스틱 개수 늘려줬음 좋겠습니다.”) 2차시부터 커피스틱이나 초코바 같은 간식을 준비했는데도 간식 요청은 계속되었다. 3개반을 운영했는데, 각반 강사 선생님의 방식에 따라 다른 간식을 주기도 했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저 반은 이거 주는데 우리는 왜 안 주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다 큰 어른들(소망교도소에는 20~60대의 남성들이 수용된다)이 끊임없이 간식 타령을 하니 어이가 없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먹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니 괘씸하다는 생각도 든다.

 

교도소에도 매점이 있지만, 교도소 안에서 구하기 힘든 음식들(예를 들면 소금빵, 바나나맛 초코파이, G7/스벅/카누 커피스틱 등)을 먹고 싶어한다. 네 번째 문에서 강의실로 가는 복도에서 두 줄로 서서 이동하는 수용자들과 여러번 마주친다. 이들은 투명 비닐백의 가방을 들고 다닌다. 가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바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교도소 내에서 문을 통과할 때는 교도관들이 잠금을 풀어야만 이동할 수 있다.

 

 

정원 벽면에 있는 벽화로, 수용자들이 공동작업으로 그린 그림

 

 

#마지막 시간

5차시에 마지막 날 무엇을 할지 수용자들과 대화했다. 대부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원하는 구체적인 음식과 그것을 통해 충족되는 욕구-소속감, 공동체, 연결, 우정, 재미, 즐거움, 기여, 지지-를 말한다. 수용자들은 다른 어떤 시간보다 환하고 밝은 표정이다. 반짝이는 눈, 웃음으로 가득한 얼굴, 자유로운 몸을 본다. 동의 라운드를 거치는 과정에서 Y는 자신이 원하는 메뉴는 아니지만 동료들이 행복해하니 기꺼이 동의한다고 표현해 뭉클해지기도 했다.

 

강사 선생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도소의 규정과 예산, 시간 등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아 수용자들이 원했던 음식이 아니라 포카칩, 초콜렛, 파크래커, 견과류바를 담은 선물꾸러미를 준비했다. 그들이 원하는대로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강의실에 들어갔다. 콜라를 가져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다(치킨엔 맥주지만 맥주를 못 먹으니 치킨엔 콜라?). 그들이 원하는 메뉴가 선물주머니가 된 사정과 강사진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했다. 치킨에서 과자로의 변경은 욕구 충족을 위한 수단/방법의 수정을 뜻하지만, 6회의 여정을 함께 한 우리 모두가 잘 ‘연결’하고 ‘공동체’를 느끼며 ‘즐겁게’ 마무리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려고 했음을 표현했다. 실망하는 기색도 있었지만, 다행히 수용자들은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였다. 준비한 간식을 먹고 그들이 신청했던 음악을 들으며 그동안의 여정을 회고하고 감사를 표현하며 무사히 마무리했다. 수단/방법이 바뀌어도 욕구 충족이 가능함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음식, 기억

음식을 먹는 것은 혀로 느끼는 맛, 코로 맡는 냄새, 음식을 씹을 때 치아와 구강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씹는 소리, 음식이 식도와 위, 장을 통과하여 배가 든든해지는 포만감 등 일련의 구체적인 몸의 경험이다. 어떤 음식은 누군가와 함께 했던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현재에서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점프한다. 그때의 공기와 분위기, 느낌이 선명하게 감각된다. 누군가가 정성을 다해 요리하거나 준비한(구매를 했더라도) 음식은 배려이고 사랑의 표현이다. 몸의 감각에는 그때 충족되었던 욕구가 스며들어있다.

수용자들의 음식에 대한 갈망은 교도소에서 지금 누리지 못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방법이었을 것이다. 자유가 제한된 공간에서 이들에게 간식은 외부의 맛, 교도소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일 것이다. 희소한 음식이어서 좋을 뿐 아니라 소중한 무언가를 환기하고 기억하고 감각하는 기회일 것이다.

 

#너무 잘해주지 않아도 되요

“너무 신경 안 써주셔도 됩니다”(5차시), “너무 많은 걸 수용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마지막 시간)라고 피드백을 쓴 분이 있었다. 우리는 수용자들의 욕구에 귀 기울이고 욕구를 충족할 방법을 함께 찾아간 것인데, 이런 피드백을 한 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권위가 부여된 사람이 결정을 하면 한사람 한사람의 얘기를 듣고 의견을 조율하느라 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니, 효율성을 원했던 걸까? 지난한 논의를 거친다고 해도 교도소라는 여건상 원하는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어차피 안될거라는) 무력감, 체념의 표현이었을까? 수용자들에겐 잘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그런 마음을 받을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서였을까?

 

우리는 그들의 느낌과 욕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되든 안되든) 진심을 다하고 싶었다. 그들의 마음을 살피고 그 마음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잘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그래서 쓸쓸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를 책임지기 위해 그곳에 있지만, 한 사람으로서 존재 자체로 수용되는 경험은 할 수 있지 않나? 그를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려는 우리의 노력이, 그가 자신을 온전한 존재로 인식하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박지연

 

 

 
다같이 선물꾸러미를 포장하며

 

 

 


 

2023년부터 시작된 소망교도소에서의 수용자와 함께하는 비폭력대화 훈련이 올해로 4년째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3~4월  매주 수요일 8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깨닫고 세상에 나갈 수 있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대전교도소 교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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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iraffeground.tistory.com/2051 [기린마을 이야기: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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