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칼럼

여성신문 2008년 11월 게재(캐서린 한)

  • 한국NVC센터
  • 2011-12-09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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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보는 것의 중요성

 

 

대화는 우선 나 자신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과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내면서 자신을 우울하게도 만들고, 화도 부추기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게도 한다. 그 다음에는 내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 배우자, 부모, 자식, 친척, 친구, 직장 동료, 이웃, 개, 고양이, 나무 등 삼라만상과 대화를 하며 관계 맺고 산다. 말로 하든, 침묵으로 하든 그 대화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우선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의 진실을 표현하여 이해를 받는 ‘말하기’가 있다. 다른 한 면은 상대를 ‘들어주는 것’이다. 비폭력대화에서 듣는다는 것은 장자가 말하듯이 자기의 생각, 선입관, 또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나 충고하고 싶은 충동을 다 내려놓고 공감으로 상대의 말을 듣는 마음 자세를 말한다.

 

 

비폭력대화에서는 나를 표현할 때나 상대를 공감으로 들어줄 때나 ‘관찰’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관찰이란 우리 주위의 사물이나 일어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는 것이다. 그 상대가 사람일 경우 특히 우리가 보거나 들은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은 무례하다’는 나의 의견이고, 이때 관찰은 ‘그 사람은 처음 만난 나에게 반말을 했다’가 될 것이다. 관찰은 상대도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행동의 묘사이기 때문에 대화가 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관찰 대신, ‘너는 게을러,’ ‘너는 무책임해,’ ‘너는 무언가 잘못 됐어’ 등의 평가를 하면 그런 말을 들은 상대는 비판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난다. 그래서 나의 말을 계속 듣기보다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변명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그런 말을 한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느라고 더 이상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된다. 상대를 평가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면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의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초반에 벌써 말에 걸려 말싸움이 돼버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 버릴 수가 있다.

 

 

이렇듯 내 주위의 사물이나 인간관계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지 않고 평가하면, 듣는 사람에게 괴로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정작 더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만일 내가 강의를 하는데 도중에 어떤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나갔다고 하자, 그 경우에 나는 있는 그대로 보는 대신 머리로 올라가서 ‘내가 강의를 잘못해서 재미가 없나보다’라고 내 자신을 평가하면서 내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 아니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예의가 없어’ 등의 생각을 하면서 내 자신을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그 사람의 진정한 의도나 동기를 알지도 못하면서 내 자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면서 살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실제, 현재, 지금, 있는 그대로를 떠나서 내 생각에 잡혀 살 때는 내가 내 자신을 괴롭히는 것만이 아니라 남까지도 힘들게 한다.

 

 

우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며 관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밖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그 상황 자체와 그것에 관해 만들어낸 나의 생각을 의식하고 그것을 분리하여 볼 수 있는 것이다. 관찰로 본다는 것은 이것은 좋으니 잡아놓고 저것은 나쁘니 적으로 보고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그대로 있는 그대로 놔 둘 수 있는 것이다. 평가는 부정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평가도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어 진정한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긍정적인 평가는 상대를 조종하는데 많이 쓰여서 듣는 사람이 그 저의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찰은 비폭력대화 모델의 첫 부분이고, 그 다음에는 그 상황에서 우리의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고, 그 다음에는 그 느낌을 자아내는 우리의 진정한 바람, 우리가 동경하는 것, 우리의 삶에 생동감을 넣어 주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의 에너지와 연결한 후 그것을 얻기 위한 부탁을 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얼마간 연습을 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자기 말로 할 수 있게 된다. 서로 가슴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것이 가능한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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