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VC교육사업

아이들이 준 최고의 선물...16년만에 처음 하는 이야기

  • 2016-03-08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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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12월초 박혜선 선생님과 포천에 있는 ○○중학교에 3회차 스마일키퍼스 수업을 다녀왔습니다. 한 학년에 한 반씩 있어 전교생을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춘천에서 일주일에 3일 포천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아이들과 만나는 하루에 6시간은 전혀 힘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운이 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특히 3학년 아이들과 보낸 마지막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감동이 있어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3학년과 만나는 세 번째 시간에서는 아이들과 듣기 힘든 말을 나누고 두 모둠으로 나누어 그로그카드로 공감을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모둠에서는 한 아이의 사례를 공감한 뒤 시간을 보니 쉬는 시간까지 3분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공감 받을 사람의 사례만 듣고 휴식시간을 가진 뒤 2교시에 그 사례를 다시 공감하기로 하고, 누가 공감 받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 때 주원(가명)이란 아이가 조용히 손을 들었습니다.
 
주원이의 첫 마디는 이렇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16년 만에 처음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큰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저에게는 장애인 형이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장애인 형이 있는 것이 너무도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화도 났습니다. 누가 이것을 알까봐 겁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그 형에게 장애인이라고 참 많이 놀렸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형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그 형은 지금은 성인이 되어 직장을 다니는데요, 이제 우리 형을 존중하고 싶어요저는 이렇게 말하는 아이의 눈 주위와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 바로 옆에 앉아있는 저에게로 후회와, 고통,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저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려 교탁 뒤로 가서 주저앉아서 울었습니다. 그 때 쉬는 시간 종이 울렸고 복도는 시끄러웠지만7명의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 고요하게 앉아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은 주원이의 아픔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박혜선 선생님과 2교시 수업을 어떻게 나눌지 이야기 하던 중 혜선샘 모둠은 공감이 끝나 다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였고, 우리 모둠은 한 명이 더 진행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주원이가 수용한다면 주원이의 사례를 전체로 함께 나누자고 결정하였고, 주원이도 괜찮다고 하였습니다.
 
2교시가 시작되어 14명의 아이들이 하나의 원으로 앉았고, 주원이는 자신의 사례를 전체 아이들에게 다시 이야기하였습니다.
나에게는 장애인 형이 있습니다.” 주원이는 전체 아이들 앞에서 다시 이야기 하였고, 아이들은 주원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숙연해졌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돌아가며 주원이의 느낌을 추측해서 물어봐주었고, 욕구도 추측해주었습니다. 이때 아이들은 진심으로 주원이의 마음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졌고, 한 명 한 명 차분하게 공감을 이어갔습니다.
 
주원이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저는 아이들의 공감이 끝난 후 주원이를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형에게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지 의향을 물었습니다. 주원이는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주원이는 그 때부터 자신의 무릎에 고개를 묻고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주원이가 울자 아이들도 함께 울고, 강사들도 울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울던 주원이는 일어나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형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형에게 장애인이라고 놀려서 정말 미안해. 미안해 형..... 그런데 나는 형에게 잘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 형은 나를 볼 때마다 웃어줘서 고마워.”주원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형, 나는 정말 강해지고 싶었어. 다른 아이들이 형에게 놀리고, 괴롭히면 내가 형을 지켜주고 싶었거든. 그런데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장애인이라 놀려서 정말 미안해. 이제 나는 형을 존중하고 싶어.”라고 말하였습니다.
 
주원이의 이야기가 끝나자 혜선샘은 형으로서 롤플레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원아 나는 네가 내 동생인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 그리고 똑똑한 동생이 있어서 나는 든든하단다. 네가 내 동생인 것이 정말 고마워, 사랑해.” 혜선 샘도 울면서 형의 이야기를 전했고, 우리 모두는 두 형제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하나의 써클로 앉은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서로를 치유하며 그렇게 함께 하였습니다.


 
 
 
그렇게 가슴이 열린 아이들은 다음 프로그램(3회차 수업의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자신과 깊이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프로그램은 A4지에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쓰는 것이었는데,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요하게 자신과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여기저기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하나 둘 울기 시작했습니다.
 
키가 180이 넘는 덩치 큰 남자 아이도 울고 있었는데 그 아이의 종이에는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할아버지: 00/ 아빠: 잘했어. / 엄마: 사랑해아이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복잡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잘했다고 지지해주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한 남자아이는 종이에 가득 엄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현재는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엄마라고 합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울고 있었습니다. 혜선샘은 그 아이를 안아주며 엄마대신 그 글을 따뜻한 음성으로 읽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아픔과 함께 하며 혜선샘도 함께 울었습니다.
 
아이들의 고통에 온전히 함께 하려고 애쓴 우리들이었지만 한 가지 걱정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아픔을 헤집어 놓기만 한 건 아닌지.... 특히 엄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쓴 아이가 걱정이 되었는데, 수업이 끝나자 여러 명의 아이들이 그 아이에게 다가가 보듬어 주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내적인 힘과 친구들의 사랑을 믿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가고 피드백 시간만 남았을 때 한 아이가 저에게로 와서 부탁을 하였습니다.좀 전에 쉬는 시간에 제가 공감을 해 주었던 도움반 아이였습니다. 저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전체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그 아이의 집은 참 가난하답니다. 몇 달 전에서야 비로소 그 아이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잘 씻지 못해 냄새가 나고, 아이들은 그 아이 옆에 가기를 꺼려했답니다. 그 아이는 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선생님,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지금까지 줄곧 왕따였습니다. 저는 학교에 올 때 하나도 즐겁지 않아요. 저도 아이들과 즐겁게 학교에 다니고 싶고, 아이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요.그런데 도움반 동생 하나가 저에게 매일 이렇게 이야기해요. 언니는 왕따잖아.....라고요. 저도 알아요. 제가 왕따라는 건, 그런데 그 이야기를 매일 듣는 건 너무 힘들고, 속상해요.”
 
저는 학교에 오고 싶지 않아요. 하나도 즐겁지 않고, 재미없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딱 3일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그게 언제였냐는 질문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선생님들이 오신 3일이예요이 대답을 듣고 저의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아이를 안아주었지요.
 
저에게 했던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은 끝나는 시간을 알리고 있었고, 피드백을 나눌 5분 정도의 시간이 허락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전체로 너를 공감해줄 수 있는 시간은 안 되지만, 네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는 있어. 내가 너에게 2~3분 정도 시간을 줄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니?”라고 말했고, 아이는 그 시간을 쓰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자신도 이 이야기는 16년 만에 처음 하는 것이라고..... 자신이 왕따인 건 알지만 대놓고 너는 왕따잖아라고 말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고..... 아이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이 때 다른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고 울기 시작했습니다.또 다른 아이도 역시 미안하다고 하며 울었습니다.이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이제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때까지 만이라도 나에게 잘 대해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당당해보였습니다. 왕따를 당해왔다고 말하는 아이에게서는 볼 수 없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용기를 내준 친구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선물로 준 이 날의 감동을 저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스마일키퍼스 수업을 한 3년 동안에 이 날은 저에게 최고로 감격스러운 날입니다. 영적인 존재들과의 깊은 연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혜선샘과 저는 뜨겁게 허그하며 다시 한 번 감격스러움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날의 감동을 회원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글로는 그 감동이 다 전해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그것의 일부라도 여러분들의 가슴에 이 이야기가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정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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