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칼럼

[대담] 풀무학교 전 교장 홍순명과 한국NVC센터 대표 캐서린 한 대담

  • 한국NVC센터
  • 2014-07-17 03:49:00
  • 221.167.233.11
 
 
   
“도시학생들 농촌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배웠으면” 
평화와 자연을 이야기하다 홍순명, 캐서린 한 씽어 대담
2014 년 07 월 17 일 목요일
김현선 기자
 


홍순명(78) 풀무고등학교 전 교장과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캐서린 한 씽어(Katherine Hanh Singer·72) 대표가 마주 앉았다. 생명을 살리는 농업과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홍순명 전 교장, 비폭력 대화로 소통과 공감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캐서린 대표, 두 분이 만나 교육, 공동체, 생태·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아우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면에 소개한다. 대담은 지난 14일 홍동면 밝맑도서관 근처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두 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편집자 주>

캐서린 한 -  “삶과 생명의 순환이 교육”
“생명의 중요성 놓치면 안돼” - 홍순명

세월호 이후,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캐서린 : 세월호같은 사회적인 참사는 항상 교육과 연결이 돼있어요. 우리가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키느냐. 제금 제일 걱정되는 게 돈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여러 가지가 희생되는 풍토가 참 걱정스러워요.
홍순명 : 그렇죠. 전체를 보고 순환을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돈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돈보다는 생명이 중요하다는 걸 배워야하지 않을까요. 한 학생, 한 학생이 다 귀중한 생명이니까요.
캐서린 :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잊지 맙시다’, ‘기억합시다’라고 외치고 있어요. 그런데 분명히 해야 하는 건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거에요. 이런 대형참사가 있고나서 가족단위나 사회에서 대게 둘 중 하나에 빠져요. 우울이나 죄책감에 빠지거나, “네가 잘못했어”라며 다른 사람에게만 책임을 돌리려는 모습을 보이죠. 그런 걸 넘어서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우리가 각자 개인생활에서 작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걸 ! 기억해서 실천하는 게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홍순명 : 그렇습니다. 원인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그쳐서는 안돼요. 생명의 중요성을 우리가 놓쳤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각자가 생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겁니다.
캐서린 : 오늘 홍동면을 둘러보며 풀무학교에도 갔었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는데, 얼굴이 까무잡잡한 게 얼마나 건강해보이고 귀엽던지요.
홍순명 : 젊은 학생들을 보면 저희들도 마음이 순화되는 것 같아요. 도시의 학생들도 농촌에 와서 체험하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교육과정에 들어있는 내용이 다 자연에 있거든요. 흙이며, 공기며, 광합성이며 모두 자연 속에 있습니다. 또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과 TV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인성을 기르는데 있어서도 농촌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 속에도 그런 부분이 도입돼야하고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만 알면 그쪽으로 방향수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캐서린 : 그런데 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자연이 뭔지를 모른다는 거예요. TV 속에서 동물의 왕국을 보고 그게 자연인 줄 알아요. 아이들이 자연을 알아야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할 수 있어요. 그런데 자연을 모르니까 도시 아이들은 아주 작은 벌레만 나와도 바로 살충제를 뿌려대요. 그게 참 불쌍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
홍순명 : 농약이란 게 세계대전 당시 만들던 독가스에서 나온 거고, 비료는 화약 원료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거는 자연하고 전쟁을 하는 거거든요. 사람하고만 대화하는 게 아니라 자연하고도 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합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80)씨는 숲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해요. 자연을 정복하고 굴복시키려 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요. 자연에 농약을 뿌리고, 비료를 치고. 이런 행위는 자연과 대화가 없는 상태, 즉 억압과 명령만을 강요하는 상태라고 봅니다. 자연에 대해 우리는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그런 자세는 교육에도 도입돼야합니다.
캐서린 : 자연에 대해 아이들이 무감각해지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한 가정에서 강아지를 기르는 문제를 놓고 아이와 어머니를 중재한 적이 있어요. 아이는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 했고, 어머니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죠. 보통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의 니드(need·욕구, 필요)만 봐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강아지의 니드에요. 강아지를 기르게 되면 아이와 어머니의 삶에서 강아지가 차지하는 부분은 30%정도 일 수 있겠지만, 강아지에게 그 가정은 100%거 든요. 이 강아지의 니드, 강아지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배려하고 그 입장에 서야 합니다. 자연과 같이 사는데, 자연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연의 니드를 알아야 대화가 되니까요.
홍순명 : 지금 우리의 교육은 지식전달 위주에 여러 가지가 얽혀있는 형국이에요. 하나하나 풀어 가야할 텐데요.
캐서린 :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인생 전체를 볼 수 있게 가르쳐야 하는데, 어떤 한 기술만 자꾸 가르치다보니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인생 전체를 못 보게 돼서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 풀무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농사를 지으며 모든 관계를 보잖아요. 그리고 삶과 생명의 서클(circle·순환, 전체)를 보고요. 저는 이게 교육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성과·재물·권력 위주의 가치관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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